아기를 기다릴 때가 있고, 태교 할 때가 있습니다.
배냇저고리를 사놓고, 기저귀를 준비할 때가 있습니다.
내 속에 귀한 생명을 자라게 하신 그분의 오묘한 섭리를 몸소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아기가 태어날까 기대하며 좋은 부모가 되게 해 달라고 머리숙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산은 곧 옵니다.
아기는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잠을 설치며 젖을 먹이는 수고의 나날이 있습니다.
울음을 달래고 포대기로 업고 수없이 기저귀를 갈아주며 보내는 인내와 희생의 나날이 있습니다.
네가 태어난 곳은 믿을 만한 곳이라고 나의 온 몸으로 가르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분의 형상에 따라 빚어진 이 아기를 그 분은 부족한 나를 믿고 이 땅에 보내신 것입니다.
먹이라고, 돌보라고, 사랑하라고..
고로 이 아기는 나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이 사명을 내가 최선으로 감당케 해달라고 고개 숙일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기는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팔베개를 해주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있습니다.
하늘과 나무와 별을 보며 하느님 지으신 세계의 아름다움을 알려줄 때가 있습니다.
설거지를 잠시 멈추고 그네를 밀어줄 때가 있습니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나비를 쫓아가며 달리기를 할 때, 같이 하는 기쁨을 나눌 때가 있습니다.
삶의 방향을 가르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작은 입술로 기도하도록, 말씀을 알도록, 주신 삶을 사랑하도록
왜냐하면 아기는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깨진 그릇 앞에서도 짜증 대신 미소를,
때로는 눈물을 뒤로하고 넉넉한 웃음을 보여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가정을 향한, 하느님을 향한, 삶을 향한 최선의 자세를 알려야할 때가 있습니다.
부모에게 순종하는 법과 매일 성경을 여는 습관을, 그리고 가정에서 기도 드리는 즐거움을 가르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질문할 때, 질문에 일일이 다 대답해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곧 나의 대답이 필요치 않을 때가옵니다.
왜냐하면 아기는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혼자 학교를 씩씩하게 가는 모습을 시원섭섭하게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데 관심이 많아진 아이를 바라보며, 그러나 엄마는 늘 변함없는 지지자임을 느끼게 해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친절하지만 강하게, 담대하게, 독립심을 갖도록 가르야 할 때...
시간은 흐르는 물 같아 치마폭의 아기는 어느덧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섭니다.
왜냐하면 아기는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기르는 한순간 한순간은 한번 가면 안 옵니다.
나는 이 어미 된 도리를 돈이나 사업이나 사회적 지위와 명예로 바꿀 수 없습니다.
지금 내가 돌볼 수 있는 이 시간에 충실함으로써 훗날 수년간 후회를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기다릴 수 있지만 아이는 기다리지 않습니다.
유리창의 작은 손자국과 벽지의 낙서와 아이들의 싸우는 소리,
방안에 어질러진 장난감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 나는 현재의 나를 떠올리며 후회 대신 감사할 것입니다.
언젠가는 정직하고 늠름한, 주를 경외하는 한 청년이 내 앞에 우뚝 서 있을 것입니다.
그가 또 하느님과 사람을 사랑하길 나는 지금 기도하며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식구들 외에 외롭고 아프고 고통당하는 '가장 작은 자'를 향해 그분의 시간을 또 쏟을 때가 올 것입니다.
주님, 제게 오늘 하루도 이 아이들을 주의 지혜와 사랑으로 돌보게 하소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한 순간도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 없음을 깨닫게 해 주소서.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소중하고 보람되고 시급한 직업은 없음을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뒤로 미루거나 소홀함이 없도록 하시고 성령 하느님의 인도로 기꺼이 또 즐거이 감당하게 하소서.
세월은 짧고, 나의 시간은 바로 지금임을...
왜냐하면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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